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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4월 이동훈 선생님의 기초번역반 수업을 들으며 번역 공부를 시작해서 이번에 이화여대 번역과에 합격했습니다. 제가 특별한방법으로 공부를 한 것은 아니라서 다른 분들께 도움될 만한 내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한국에서 다녔고, 영어공부를 따로 열심히 한 것도 아니라서 영어 실력은 매우 평범한 축에 속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영어로 된 텍스트를 많이 접하다 보니 나중에는 번역서보다 원서가 더 편하게 읽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국내 번역물을 보면서 아쉬움을 자주 느꼈기 때문에 번역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유학파도 아닌데 경쟁력이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시작이라도 해봐야 적성에 맞는 일인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학원을 검색해보다가, 이동훈선생님의 기초반이 주1회 온라인 수업으로 가장 부담이 적어 보여서 선택했습니다.
이동훈 선생님의 수업은 온/오프라인 수업의 장점만을 합쳐놓은 방식이라 좋았습니다. 인터넷 강의는 보통 집중력을 유지하며 꾸준히 수강하기가 힘든데, 이동훈선생님의 수업은 녹화된 강의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터랙티브한 강의라서 집중력을 유지하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심해서 수업시간에 손들고 질문하는걸 어려워하는데, 채팅창에 치면 되니까 질문 드리기도 오히려 편했습니다. 필기도잘 못하는 편인데, 실시간으로 수업들을 때는 필기부담 없이 수업에만 집중해서 듣고, 나중에 동영상강의를 1.2배속 정도로 틀어놓고 복습하면서 필기가 필요한 부분은 잠깐 멈춰놓고 채워 넣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첫 달에는 첨삭은 받지 않고 수강만 했는데, 다른 수강생의 과제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썼는지 신기하고, 저는 한참 뒤떨어져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한 번역은 너무나 어색한 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두 번째 달에는 그래도 첨삭을 받아봐야 발전이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서 첨삭을 신청했습니다. 이동훈선생님의 첨삭은 어색한 표현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일이 대안을 찾아주신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지면첨삭만 받아도 꼼꼼하게 첨삭을 해주시지만, 제 과제가 대표로 걸리면 수업시간에 더욱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있어서 정말 개인과외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같이 들으니까 긴장감까지 더해져서 지적 받은 실수가 기억에 강렬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내 과제가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과제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는 과제를 할 때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서 대강 아는 단어라도 그냥 쓰지 않고 영영사전을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예문까지 꼼꼼히 읽으며 단어의 뉘앙스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관사나 전치사 등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눈여겨봤습니다. 작문하다가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유의어 사전이나 collocation dictionary도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동훈선생님께서는 논리흐름을 많이강조하셔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과제 하나 하는데 5~6시간 이상 걸리기 일쑤였는데, 때로는 내가 이렇게 고민한다고 누가 알아줄까 싶고, 이렇게 시간을 써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고민해서 쓴 부분을꿰뚫어 보셨고, 선생님도 학생 시절 이런 단계를 거치셨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셔서 불안감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초반 두 달, 번역에세이반 수업을 두 달 듣고 나니 이런 식으로 검색의 도움을 받아 시간 제한 없이 하는 과제는 어느 정도 할 수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시험에서는 단시간 안에 머리 속에 든 내용만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런 세팅에서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8월 이후에는 학원에서 모의고사형식의 실전반위주로 수강했습니다.
수업 들으면서 복습과 과제를 빼놓지 않고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따로 공부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만, 독해는 조금씩 꾸준히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주간지 하나는 커버 투 커버로 봐야 한다고 그러셨는데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했고, 이코노미스트 지의 기사를 일주일에 열 편정도 봤습니다. 한번 내용 위주로 빠르게 읽고, 표현 위주로 다시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저는 경제 관련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문외한인데요, 배경지식이 없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는 많지 않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공부하다 지칠 때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 이대 번역과 시험 문제는 이전 출제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의 지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예상을 빗나가는 주제라서약간 당황한 데다가, 긴장해서 그런지 적당한 표현이 잘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본기까지 무너지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답안을 작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한에서는 작년처럼 독해 자체는 어렵지 않은 지문이 나왔습니다. 이런 경우 구사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가능하면 직역체를 피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너무 뻔한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서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죄송한 기분이 드네요;; 어쨌든 이동훈선생님을 만나 첫 단추를 잘 끼운 덕분에 단기간의 준비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