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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7년전에 2년 남짓 신동표 어학원에서 통번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한 경험이 있구요, 그 이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가 2016년 8월부터 이동훈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클리닉 수업을 시작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17학년도입시를 노리기엔 늦은 감이 있었고, 설사 운 좋게 합격하더라도 들어가서 무지 고생할 거라는생각에 그 해 시험은 그냥 현장 분위기 파악용으로 임했습니다.
마음 가짐이 이렇다 보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습니다. 수업과 과제도 한 번씩 빼 먹고, 복습 없이 수업 듣는 수준에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첫 시험은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대충감만 잡은 상태에서 쳤구요, 당연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12월부터바로 2018년도 입시 준비를 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1.수업 및 과제
지금 돌이켜 보면 입시 준비 기간 동안 나의 성향, 습관, 그리고 현주소에 맞는 공부방식을 확립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비록 정식으로 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11개월 내도록 미친 듯이 공부만을 위해 달린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저는 단기 레이스에 월등히 강한편이라,
즉, 장기 레이스에 월등히 약한 편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마음이 흐트러졌습니다. 특히 규칙적인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치 않아서 매일 일정하게 공부 항목과 양을 정해놓고 꾸준히 하는 일을잘 못합니다. 게다가 입시학원이 전무한 부산에서 홀로 스터디 파트너도 없이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 했기에 공부를 하지 않을 유혹이 더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과 협상 불가한 단 하나의 원칙을 세운 후 스스로를 강제적인 시스템에 집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이동훈 선생님의 수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수업에서 나오는 과제의 데드라인을 기준으로 일주일의 생활패턴을 짠 후,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과제들만은 모조리 다 해내겠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주 2회의 수업과 중간에 개설된 스터디까지 해서 한영/영한 번역만 각 3개씩총 6개에, 추가로 에세이 수업, 번역포인트, 문학 번역 등 공부 양이 상당했습니다. 과제는 과제대로 해서 제출하거나 준비해 두었고, 수업을 하고 나면 복습할 내용이 쏟아져 나왔기에, 1주일이 정신 없이 흘러간 1년이었습니다.
과제를 할 때는 초반에는 이런 저런 실험을 많이 해 본것 같습니다. 특히, 번역을할 때 확실한 표현과 애매한 표현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선생님께 검증을 받고 싶어 일부러 애매한 표현을 써서 제출한 일도 많았고, 의미를 통하게 하기 위해서 원문에 없는 의미를 덧붙였다가
때로는 크리틱을 받고, 때로는그런 부연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점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세워둔 유일한 원칙이 과제 완수였기에, 과제를 할 때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차차 상황에 맞는 번역에 대한 감을 익혀나갈 수 있었습니다. 영한의 경우, 최대한영어식 표현을 줄이는 법을 중점적으로 익히려고 했습니다. 제가 과제로 한 번역과 선생님의 번역을 문장 별로 비교분석하면서 우리말로 경제적이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담는 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추가로 시사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과 문장 구성 방식에좀 더 익숙하고자 시사인을 구독해서 틈틈이 읽었습니다. 한영의 경우에는, 과제를 할 때 우선 초벌 번역을 해 두고, 표현들을 일일이 사전과 구글로 검색하면서 최대한 완벽한 결과물을 내고자 수 차례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주제나 표현이 생소한 경우에는 주로 이코노미스트나 뉴욕타임즈기사를 활용해서
미리 필요한 부분을 정리한 후 과제를 시작했습니다.
수업 후에는 선생님의 번역과 제 번역을 구문별, 문장별로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같은 원문의 문장을 해석하고 옮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선생님의 방식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번 과제 때 최대한 사용해 보고자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문단 단위로 흐름을 연결시키는 법을 익히기 위해 선생님의 번역을 여러 차례 소리 내서 읽거나 필요한 경우 구문 단위로 암기하기도 했습니다. 즉, 한영은최대한 선생님의 번역투를 모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부했습니다.
그 외엔 정해놓고 한 공부가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욕심이 생겨 해 보고자 노력은 했습니다. 영한에서 최대한의 점수를 따야 하니 최소한 모르는 단어만큼은 없게 하자 싶어
오래 전에 보던 단어집을 꺼내서 외워보기도 하고, 예전 입시 공부 때 쓰던 주제별 표현 정리 자료들을 꺼내서 암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제와 복습을 위주로 꼼꼼하게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할 양이 제게는 결코 만만치 않아서 시간상 꾸준히 끝까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참으로 운이 좋았던 점은,신동표 어학원이 문을 닫고 이동훈 선생님께서 새롭게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신 시점이라 클래스 규모가 작아서 개인 맞춤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나만의 번역 스타일과 강점과 약점에 대한 파악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이점은, 반복되는 패턴에 금방 지치는 제가 1년을 무사히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수업을 통한 교류가 참으로 가깝게 느껴졌기에 혼자 외딴곳(?)에서 공부하는 제게는 수업 참석 자체가 배움과 힐링의 시간이자 매번 마음을 다시 다질 수 있게해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2.모의고사
중순 쯤부터는 수업 전,그리고 스터디 전 이렇게 주2회 모의고사를 쳤습니다. 특히 수업 전에 쳤던 모의고사는 다음 주 과제를 미리 모의고사로 친 후 바로 제출해도 되고 수정해서 제출해도 되는 식이었는데요, 저는 8월까지는모의고사 후 다시 한 번 수정해서 제출했습니다.
워낙 긴장을 많이 하고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고, 한 번 더 시간을 들여서 최대한 완벽을 기하기 위해 고민하는과정 속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9월부터는 모의고사를 친 결과물을 거의 그대로 제출했습니다. 이 때 긴장감 속에서 내가 자주 하게 되는 실수가 무엇인지, 내 실력의 민낯이 어떤지 파악할 수 있었구요크리틱 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크리틱을 받은 사항들을 따로 수첩에 번호를 매겨 정리해두고, 그 사항들이 완전히 제 것이 될 때까지 과제를 할 때 눈앞에 펼쳐놓고 하나씩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3.soft한 영어에 대한 노출
입시공부가 시사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영어가 상당히 딱딱해져서 마치 반쪽짜리 영어를 하는 듯한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soft한 영어에 익숙해 지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부분은 비교적 입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따로시간을 내기는 힘들어서 평소 생활 속에 집어 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이유가 시사 영어에 비해 재미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Netflix로법정/범죄/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TV 대신 보고, 밤에는 잠들 때까지 누워서 추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읽었습니다. 또는 가끔씩이나마 원어민 친구를 만나 커피나 맥주를 한 잔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4.긴장 및 건강 관리
이 공부가 장기 레이스였기에 무더위가 지나고 가을이 찾아올 무렵 시험을 앞두고 지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고자 했습니다. 틈날 때 밖에 나가 머리를 식힐 겸 가끔씩 2-3시간 코스의 트레킹을 가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운동 삼아 평지나 러닝머신 위에서 강도 높게 걷고, 이마저도 힘들 때는 지하 주차장에서 제가 사는 21층까지 걸어 다니곤 했습니다.. 식단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때로 공부 스트레스를 푸느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잔뜩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몸이 힘들어 몇 시간 동안 책상 앞에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집중력을 요하는 번역 과제를 앞두고는 되도록이면 위에 부담되지 않는 자연식으로 간단히 섭취하고자했습니다.
시험을 보름 앞두고는 선생님의 조언대로 시험날 아침 스케줄에맞추어 생활했습니다. 당일 일어날 시간에 기상하고, 같은 식단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집 앞 바닷가에 나가서 40-50분 정도 가볍게 걷고 들어와서는, 오전 10시에기출 문제로 모의고사를 치고, 밤에는 11시에 잠자리에 드는 연습을 했습니다. 사실 이 시기에 밀려오는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시간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긴장 해소에 어느 정도는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지난 1년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얻게 된 입시경험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기억을 쏟아내다 보니 꽤 길어졌네요. 사실 시험을 치고 나서 합격을 전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시험 전날 밤에 너무나 긴장한 탓에 겨우 3시간 정도 눈을 붙인데다 영한 번역 진도가 절반 정도 나갈 때까지도 심장이 튀어나올것처럼 뛰고, 손에 땀은 또 어찌나 나던지...ㅠㅠ 시험 중 펜을 두 번이나 떨어뜨리기까지 했습니다.
문제가 생각보다 쉬웠는데도 시험을 치고 나와 되뇌어 보니 평소에는 하지 않던 단어 선택 실수도 꽤 있었습니다. 불안감을 안고 초조하게 한 달을 기다린 끝에 합격 사실을 확인했을때 정말 기뻤구요, 이동훈 선생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공부할 도리가 전혀 없었고, 어딜 가서도 지금처럼 향상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은인이신 셈이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