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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합격 수기를 쓰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막연하게 꿈 꿔왔던 일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행복한데 얼떨떨하다고 해야 할까요. 선생님께서 합격 수기에 정해진 형식은 딱히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제가 공부를 시작하기 전 합격 수기를 읽을 때 제일 참고를 많이 하고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던 부분 위주로 생각해봤습니다. 1. 올해 시험 관련 내용 한영은 https://yklawyer.tistory.com/2085 , 영한은 ‘the age of extremes’라는 책의 Ch.17 첫 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모의고사를 평소에 빡세게(?) 연습해서인지 시간과 난이도 모두에 있어 멘붕하지 않고 잘 볼 수 있었습니다. 한영의 문장이 제 생각보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내용이어서 제가 쓰면서도 ‘이렇게 쉽게 써도 되려나, 좀 있어 보이는 단어를 써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했는데 평소 했던 대로 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쉽게 쉽게 썼습니다. 영한 난이도도 아주 높지 않았습니다. 수능 단어장에서 볼 법한 단어들이 많았고 대신 한 문장 한 문장의 길이가 길어서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그걸 또 부드럽게 한국어 식으로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2.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게 된 동기 초등학생 때 ‘안네의 일기’라는 책을 읽고 번역이라는 일에 대해 처음 알게된 후부터 외국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고 크면서 이 일, 저 일 흥미를 가지면서도 마음 한 켠에 통번역이라는 일이 항상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일을 하다 입시를 시작했는데 원래 하고 있던 일에 성취감이나 보람을 못 느끼던 상태이기도 했고요.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도전조차 안 해보면 나중에 죽기 전에 왠지 엄청난 후회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하루라도 뇌가 젊을 때 하자! ^^; 라는 생각에 작년 8월에 일을 그만두고 그 해 10월부터 이동훈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3. 영어공부 경력 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1년 정도 미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통번역에 더 관심이 생겨서 한국에 돌아온 후 입시 학원에서 한 학기 정도 수업을 들었어요. 그러다 졸업할 때쯤, 알바를 하던 수능입시학원에서 풀타임으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고 그때부터 작년 8월까지 4년 정도 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했습니다. 입시를 시작할 당시의 영어 실력이라면 강의를 하면서 쌓인 문법 지식 정도였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동훈 선생님 수업 들을 때 문법에서는 실수가 적었던 것 같아요. 그냥 영어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에 평소 학생 때부터 미드를 보든 영어로 된 책을 읽든 언어를 항상 열심히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나라면 이렇게 번역했겠다,’ 등등 어느 한 표현이나 단어에 꽂히면 그 부분에 멈춰서 오랫동안 생각해본 적도 많았고요. 전공이나 교환학생 경험 유무 등 객관적인 스펙보다 이렇게 일상적인 습관 덕분에 제가 입시 생활에 금방 적응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4. 이동훈 선생님 수업을 선택한 이유 저는 무언가 공부할 때 제가 능동적으로 공부 일정을 짤 수 있고 저만의 공부 시간이 많은 환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입시학원이 저와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엄청난 자료 때문에 학원에 끌려다니듯이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개인 피드백을 준다고는 하지만 개인에 특화된 수업을 제공하는 곳이 없었죠. 학원 강사로 일해봤기 때문에 더욱 개인 수업을 찾았는지도 모릅니다. 제 경험상 학생에게는 정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강사에게는 벅찰 수도 있는 게 일대일 수업이거든요. 그래서 이동훈 선생님 수업을 발견했을 때 너무 좋았고 덕분에 제 성향과 딱 맞는 입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분배하는 데 있어 정말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깊이 있는 일대일 수업이 아니었다면 1년 안에 결실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해요. 중간중간 심적으로 지칠 때는 선생님이 건네주시는 작은 응원에 큰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5. 입시 공부 방법 저는 하루 8시간 공부를 목표로 했습니다. 밥 먹거나 쉬는 시간을 제외한 진짜 공부 시간으로요. - 시사독해수업: 독해 자료는 필사를 하고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이 때 외운 표현을 과제나 모의고사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단어는 엑셀에 영영 사전을 이용해 정리했고 제 임의대로 양을 나눠서 매일 조금씩 혼자서 시험을 봤어요. 사전의 문장이 보통 어렵지 않아서 영영사전으로 암기하는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번역입시(개인 과제): 이 과제가 제 입시 중요도 1순위였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적절한 표현이나 단어를 쓰기 위해 검색도 많이 하고 사전도 많이 찾았습니다. 실력은 모의고사가 아니라 과제를 통해 향상된다고 선생님이 한번 말씀하셨는데 백번 천번 옳은 것 같아요. 그렇게 제출한 과제를 교정 해주시면 교정 답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쭉 쓰고 넘어갔습니다. 제가 너무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부라 오히려 할 말이 많지 않네요.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볼 때 굳이 과제 관련 내용이 아니더라도 알게 되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 번역입시(그룹): 맨 처음 모의고사를 봤을 때가 기억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분량도 적고 시간도 넉넉했는데 그땐 시간 제한을 두고 처음 모의고사를 보는 거라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답안을 작성하면서 사전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사전 없이 치른 모의고사 답안을 보면 자기 실력이 너무 못나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험도 사전 없이 봐야 하기 때문에 제가 오롯이 혼자 힘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선생님도 제 실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실 수 있고 또 그래야 구체적인 피드백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거나 번역하기 어려운 표현이 나왔을 때 요리조리 돌아가는 연습을 모의고사로 많이 한 것 같아요. 모의고사용 공책에 제 최초 답안과 수업을 들은 후 교정 답안, 그리고 제가 기억해야 할 문법 내용, 단어, 표현과 느낀 점 등을 정리해놓고 꾸준히 복습했습니다. - 인풋용 텍스트로는 선생님의 시사독해수업 텍스트 말고도 뉴욕타임즈와 이코노미스트를 읽었고 입시 막바지에는 에세이 사이트를 하나 골라 철학/심리학 등에 대한 글을 읽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제와 모의고사를 푸는 것보다 이렇게 매일 텍스트를 읽는 게 더 벅찼습니다. 뇌가 꽉 차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다음날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힘들 때는 양을 조금 조절했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어도 혼자 정한 독해 양은 꼭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매일 2-3개를 읽었고 이코노미스트는 2주에 한 개의 에디션을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읽었습니다.
합격하면 합격 수기를 정말 열심히 쓰고 싶었는데 막상 쓰려니까 1년의 시간이 쉽게 정리되지 않네요. 중요한 건 장기전이라는 것 같아요. 저는 월-금에는 완전한 8시간으로 공부하고 토요일에는 2-3시간만 공부하고 놀았습니다. 매주 일요일에는 데이트까지 하면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면서 머리를 환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토-일을 놀지 않으면 도저히 월-금에 공부를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ㅠㅠ 고등학생 때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별로 안 했거나 열심히 집중하지 않은 날 침대에 누웠을 때 후회가 밀려오는 느낌이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입시는, 물론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도 하지만 단 하루도 후회 없이 공부하자는 결심으로 살았습니다. 가장 큰 도움을 주신 이동훈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저도 한때 강사였던 입장에서 수업 운영과 구상에 최선이신 선생님을 보며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ㅡ^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