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화상 수업에 대한 생각
인터넷 화상(Webinar)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한지도 이제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과연 이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직접 해보니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네요.

사실, 이 방식은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북미 지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인구 밀도가 높고 교육 기관이 특정 지역에 밀집한 서울 등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강좌를 열고 유지하는 일이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이고요. 따라서 수요가 많은 강의가 아닌 강좌들의 경우 온/오프 라인 병행 수업이나 그냥 온라인 수업으로 갈음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가 느낀 번역/작문 화상 강의 방식에 대해서 느낀 점은요…

1.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강의 내용에 대한 집중도 강화: 번역/작문 수업의 경우 수업시간의 많은 부분을 학생과 강사 모두수업 자료를 보면서 진행이 됩니다. 그런데, 종종 강사가 강조하는 부분을 학생들이 놓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경우 수업이 방해될까봐 물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또한, 강사 입장에서는 수업의 효과를 위해서 학생들이 지금 하는 부분에 집중하기를 원하지만, 일부 학생들이 호기심에 미리 “정답”을 보는 경우도 있지요. 화상프레젠테이션 방식의 경우 모두 동일한 부분은 볼 수 있고, 강사 입장에서도 정확히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의도하는 수업 효과를 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We are all on the same page, literally.^^)

2. 채팅창을 활용한 소통: 이부분이 예상치 못했던 경우인데요, 가장 만족하는 기능입니다. 오프라인수업에서 학생들의 번역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리 받아서 강사가 교재에 편집해서 반영하지 않는 이상 말이지요. 채팅창을 활용하니, 특정 부분의 번역에 대해서 학생들이 자신이 한 부분은 그때마다 copy & paste해서 제출하고, 즉석에서 여러 학생들의 번역을 비교해서 볼 수 있네요. 의외로 저도 많이배웁니다. 이 방식으로 일방적인 수업이 아니라 “담론”이 가능해지네요.
또한, 오프라인의 경우 수업이 한창 진행될 때 질문을 하고 받는 것이 서로 부담이 되는 일이 사실입니다. 수업의 흐름이 끊길 수 있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타인의 눈치도 보이거든요. 화상 수업의 경우 질문을 채팅창에 올리면 되고, 강사가 적절한 시점에 답변을 줄 수 있어서 전혀 부담이 되지 않네요. 확실히질문의 빈도가 오프라인에 비해서 많아진 것을 느낍니다.

3. 안 봐서 좋다? 못봐서 아쉽다?: 일단, 학생들의 얼굴을 못 봐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밤 10시에 하는 수업이라 아마도 대부분 편안한(?) 모습들이실 것이고, 때문에 서로 얼굴을 보이기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르치는 학생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 많이 아쉽기는 합니다.
대신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영향을 받거든요. 집중하는 분들도 있지만, 간혹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행동(예: 휴대폰 사용^^혹은 취식, 잡담…)들을 하는 분들이 있고요. 그럴 경우 수업 분위기에 지장을 받게됩니다. 화상 수업의 경우는 제가 분위기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좋네요.

4. 시간/공간의 제약이없다: 학생들 중에는 서울/수도권 거주자들이 많지만, 지방 거주자 분들 및 해외 거주자 분들도 있어요. 각각 다른 시간대에 접속해서 동일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채팅창을 통해서 반응을 줄 때, 상당히 힘을 얻고 재미를 느끼게 되네요. 이런 식으로 화상으로 실시간 수업하는 것에 맛 들이다 보면 조만간 먹방을 찍거나 아프리카TV로 진출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