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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영어와 인풋

외국에 나와서 살면 가끔 일상 영어 사용에서 약간은 당황스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요…

1. MBA 과정 초반에 프로젝트 그룹이 배정되고 서로 일정을 조율할 때 일입니다. 서로 시간을 어느 정도 정한 후에 한 친구가 저에게 묻습니다. “Does it work for you?”

문맥을 알고 있으니, “Sure it does.”라고 대답했지만, 그 이후로 여러 번의 프로젝트를 겪으며 알았습니다. 여기 애들은 “너 그 시간 괜찮아?”라고 물을 때, “is it okay with you?”라고 하는 않고, “Does it work?”라는 표현만 거의 사용한다는 것을.

2.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올해 초에 수업 중에 신장 결석 통증이 시작하는 바람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비뇨기과 전문의(specialist) 예약을 잡는데, 병원 직원이 전화상으로, “So, has it passed?”라고 묻더군요. 순간 잠깐 당황했지만, 결석 배출 여부를 묻는 것이라는 것이라 생각해서, “I have no idea”라고 대답했습니다. 몇 주 후 전문의를 만났더니, 전문의의 첫 질문 역시 “Has it passed?”였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결석이 배출되다는 표현을 “Has it come out?”이나 “Was it discharged?”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3. Safeway라는 동네 마트가 있습니다.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계산원이 뭐라고 물어요. 순간 못 알아들어서, “Sorry?”라고 하니까, “Do you have an Air Miles Card?”라고 하더군요. “No, I don’t”이라고 대답하니, “How would you like to pay?”라고 물어서, “Credit Card.”라고 대답했더니, “What credit card?”라고 또 물어요. 그 때 알았습니다. 여기서는 MasterCard인지 Visa인지를 콕 집어서 말해줘야 한다는 것을.

1번과 2번의 사례에서 보면요, “Is it okay?”라고 묻거나, “Has it come out of your body?”라고 묻는다고 해서 못 알아듣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원어민들은 해당 상황의 해당 문맥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을 사용할 때 설령 대충 듣더라도 알아듣게 되는 것이고, 그 정해진 표현이 나오지 않을 때 한번에 못 알아듣고 되묻게 되는 것이지요.

3번의 경우는 “Air Miles Card”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못 알아 듣겠지요. 이것은 영어 실력과 관련이 없습니다. 설령,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라도 현지에 오래 살고 저 마일리지 프로그램 카드를 사용해 왔다면, 저 단어만큼은 잘 들릴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상황영어 (situational English)라고 하고 영어 회화 학습 방법 중하나입니다. 생활상에 직면하는 예상 가능한 상황들을 정하고, 그에 맞는 대화를 구성해서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당장 이민을 가거나 해외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생존 영어”를 빠르게 익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것을 우리의 영어 공부에 적용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우리가 언론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다양한 기사/현안들은 모두 “상황”과 “문맥”이 존재합니다. 정치, 경제, 과학, 사회 등등…그리고 그 안에서 또 문맥이 나누어 집니다. 선거, 정경 유착, 무역 수지, 줄기 세포, 핵 무기, 무상 급식…

그에 더해서 각자의 업무 혹은 전공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나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시는 분은 자신의 분야만의 용어와 표현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실 겁니다. 같은 분야의 표현이 아닌 엉뚱한 표현을 사용할 때 그 사람은 그 분야의 전공자 혹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시사 영어를 공부하게 될 때, 우리의 접근 방법 역시 단순히 표현을 많이 외우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에서 그 주제에 맞는 “표현과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왜냐면 단순한 단어의 나열로 기본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무언가 “영어다운” 영어를 구사하려면 그 문맥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첨삭을 하다 보면, 문법에 맞게 글을 꽤 잘 쓰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종종 문맥에 맞지 않는 뜬금 없는 표현들이 나와요. 이를 테면, 사회 이슈를 다루는 사설에서 경제 용어가 나온다든지, 딱딱한 경제 주제에서 감성적인 일상 표현이 나온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보여서는 안 되는 단어가 나오기 때문에 대단히 어색하게 느껴지지요. 설령, 그 표현이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사용되더라도 말입니다.

때문에, 영어를 주입(input)하실 때 단순히 표현을 외우는 것 이상으로, 그 표현을 어떤 주제의 어떤 문맥에서 보았는지, 해당 주제와 문맥까지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주제와 문맥이 배제한 채 암기한 표현은 그 사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기본적인 영어가 되는 분들, 소위 “중급”이상에서 한 단계 발전하려는 분들의 경우 이 방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희 시사독해영작반에서 관련 독해를 하고 그에 해당하는 영작을 연습하는 “주제별(theme-based) 학습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이왕 공부해서 암기하는 것이라면,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확실히 기억하고 암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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