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과 영어 학습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학생들이 저에게 “선생님, 제가 문법이 약한데, 좋은 문법책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마치 무협 소설에서 주인공이 고수가 되기 위해 절세 무공 비급을 찾아 헤매는 그러한 절실함이 배어있는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던 적이 꽤 있습니다.

영어 공부에서 문법 공부만큼 한국인의 학습 성향에 맞는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책상에 앉아서 점잖게 공부할 수 있고, 아무리 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이가 있어 뭔가 심오한 학문을 공부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대단한 공부를 하는 듯한 뿌듯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늘 서점에 가면 온갖 자극적인 제목의 영어 학습서들이 뭔가 예외적인 영어 문법/어법을 다루면서 큰 깨달음을 주는 듯한 인상을 풍기며 절찬리 판매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어 학습에서의 문법이 차지하는 위치/중요성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1) 문법이 필요한가?
답은, ‘그렇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소위, 과거 문법의 기초가 없이 실생활에서 영어를 배운 분들, 이를 테면 “이태원 영어”라고 하는 미군 군부대에서 일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영어를 현장에서 배운 분들을 보면, 억양, 발음 등 일부 그럴듯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 같지만, 막상 몇 마디 들어보면 철저하게 ‘broken English’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이태원 출신 형들의 영어를 우러러 봤다가, 나중에 현실을 알고 허탈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 문법이 얼마만큼 필요한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일상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특히 영작문을 하거나 영어로 말을 할 때, 즉 into English로 갈 때 필요한 문법은 “중학교 영문법”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소위 “기초 영문법”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친 경우라면 이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한영 번역/통역 수업을 하면서 그 이상의 어려운 구문이나 문법 사항을 사용하지 말도록 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그 이상을 사용하면 실수의 가능성이 아주 많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둘째, 소위 고급 문법이 필요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고급 문법이라고 한다면, 문법의 예외적인 용법들을 주로 말합니다. 언어는 논리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지만, 언어는 또한 유기체와 같이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종종 그 틀을 벗어난 용법이나 표현들이 나오게 됩니다. From English의 경우에는 원어민들이 작성한 글이나 말을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소위 예외적인 용법이나 어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문법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첫 번째의 경우는 간단합니다. 아주 쉬운 ‘기초 영문법’ 책을 한 권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문법이 약한 분이라도 기초 영문법 책의 내용 정도는 대부분을 아실 겁니다. 그러니, 다시 책을 보기 보다는 영어 공부를 하다가 모르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나올 때 익숙한 영문법 책의 해당 부분을 다시 펴서 보시면 간단히 해결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게 됩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정해진 방법이 있을 수 없습니다. 워낙 예외 용법이 많고, 변수가 많아서 그것을 모두 담고 있는 문법 책은 “한 권”이 될 수 없습니다. 평생 영문법만 공부하신 영문과 교수님이라고 해도 그 내용들을 전부 아실 수는 없을 겁니다. 이 경우는 평상시 영문을 독해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그때그때 사전 등을 조사해서 문법/용법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4) 효과적인 문법 공부 방법은?
효과적인 문법 공부 방법은 바로 “독해”입니다. 영어 신문/잡지를 읽으면서 충분히 효과적인 문법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데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문법’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 경우 1차적으로 영영 사전을 찾기 바랍니다. 학생들이 문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많은 부분이 의외로 그 개별 표현의 어법/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 경우 영영 사전에서 해당 단어/표현의 영어식 의미 풀이와 예문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짚어가면, 그 경험이 쌓이면서 문법 실력이 늘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분석적 독해”라고 부릅니다. 수업에서 사용되는 이 방식은 영문을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사용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가능하면 문법책 사는데 돈 쓰지 마세요. 그리고 문법을 이론적으로 책을 통해서만 알고 있을 경우 실제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큽니다. 연애를 책으로만 익힌 사람이 이성 친구를 잘 못 사귀는 것과 같습니다. 연애를 하려면, 연애 이론서만 계속 사서 볼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주변의 호감 가는 이성과 자판기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직접 대면해서 ‘연습’을 해보는 것이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겁니다.

세상에는 연애를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이 있듯이, 영어 학습 분야에도 영어를 써 본 사람과 안 써본 사람 이렇게 둘만 존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