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합격 그 이후


로버트 레드포드가 열연한 <the Candidate>라는 영화를 보면, 결국 주인공인 젊은 후보가 열악한 상황에서 선거 매니저의 도움으로 당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선거 사무실에서 자신의 매니저에게, “Now what do we do?”라고 묻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할 때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달려왔을 겁니다. 합격 사실을 확인하고 벅찬 감격에 며칠 잠 못 이루는 밤도 보냈을 지 모릅니다.

좋습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노력에 자신을 칭찬하고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또 약간의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갈 길이 멀고, 그 먼 길을 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비싼 학비를 내고, 2년이란 기간을 공부하면서 포기하는 기회 비용을 생각하자면 아마 합격의 기쁨은 어느 정도 불안감과 잠 못 이룸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합격 이후 졸업 때까지 해야 되는 것, 또 하면 도움이 되는 것들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꾸준한 영어 공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재료가 다양해야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언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통번역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안 믿기시겠지만 통번역 대학원에 들어가면 언어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입학할 때 가지고 들어가는 영어 실력이 대학원 재학 기간 동안 내 자신을 지탱해줄 영어 실력인 셈입니다.

국내파라서 입시를 위해 영자 신문/잡지 위주의 공부만 했다면, 영어 영화/애니메이션/소설 등을 통해서 자신의 영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역의 경우 주로 공식적인 영어를 쓰게 되지만, 막간의 식사 자리나 비공식적인 자리의 통역에서는 무슨 말이 나올지 모릅니다. 번역 역시 주로 딱딱한 문체의 번역이 많겠지만, 기업 클라이언트의 일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도 종종 접하게 됩니다.

2. 튼튼한 한국어 공부

통번역대학원 초창기에 발목을 잡던 것이 바로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었습니다. 통번역에서 상황과 격에 맞는 한국어 표현이 왜 그리도 생각이 안 나던지… 정말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처절한 노력을 했습니다. 합격을 했다면 최소한 매주 한국어 시사 주간지 하나를 정독하실 것을 권합니다. 익숙해지면 2-3시간이면 정독이 가능할 겁니다. 또한 한자에 많이 의존하는 언어인 만큼 사자성어 등 한자에 익숙해 지시면, 요즘 같이 한글 세대가 많은 때에 굳건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3.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공부

입시 공부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분야를 대상으로 합니다. 즉, 일반인들이 보는 시사 잡지/신문 등에서 다루어질 법한 이슈들을 주로 다루게 됩니다. 때문에 입시 수업 역시 그러한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러한 지식들이 앞으로의 공부에 있어서 튼튼한 기초가 됩니다.

통번역대학원은 “직업 훈련 학교 (Trade School)”입니다. 통번역 기술을 가르쳐서 통번역 시장에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통번역 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통번역을 하게 될 때 늘 ‘특정 분야’가 관련되게 됩니다. 그리고 특정 분야 통번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이해도입니다.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언어적인 부족함도 어느 정도 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의 사항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학부 전공이 있다면 활용할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IT관련 전공이나 회계 전공 같은 경우는 통번역의 많은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흔히들 “경제 공부”보다 현장에서 더 필요한 것이 회계 공부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통번역 수요가 발생한 모든 일들은 “돈”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공계 분야의 전공이라면, 나중에 특히 번역 분야에서 해당 논문 등의 일을 맡을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셈입니다. 문과 출신이 이공계 관련 내용을 통번역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도움이 안 되는 전공이 문과, 그 중에서도 영문학과 등의 언어학입니다. 회사나 국제회의에서 셰익스피어를 다룰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영문과 출신들 중에 ‘왜 영문과를 무시하는가’라고 발끈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미안합니다만….저도 영문과입니다.TT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 출신의 통번역사들이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해서 그럭저럭 일을 잘 해나가는 이유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주어진 분야/주제에 적응하는 방법을 대학원 기간 중에 체득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통번역 대학원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이러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특정 분야를 알고 통번역을 하는 것과, 수박 겉핥기 식으로 그때그때 통밥 굴리면서 하는 통번역의 수준이 같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졸업하기 전까지 자신이 주로 활동할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하고 집중하는 것이 평생 스트레스 없이 생활하는 방법입니다.

일례로, 제가 통번역대학원 다닐 때, 전문 번역 수업 시간에 법률 번역 수업을 들어오신 변리사 출신의 강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통대 졸업 하면서 변리사 자격도 취득했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 말씀이, “변리사가 된 덕분에 번역을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었어요.”였습니다. 당시 변리사로 일하시면서 중요한 번역은 직접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합격하신 분들이 지금부터 성급하게 분야를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확실한 전공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졸업 후 통번역 실력에 날개를 달아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졸업 전까지는 관심 있는 분야 혹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분야들을 점검하고 그 분야에 대해서 최소한 개론 수준의 공부를 해 두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해당 분야를 철저히 공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어떤 생소한 개념이 나올 때 어느 부분을 찾아야 답을 알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통번역 대학원을 들어가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 목적을 이루려면, 내가 좋아하는 통번역 공부에 집중하는 것에 더해서 “돈이 될”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추천 게시물
잠시 후 다시 확인해주세요.
게시물이 게시되면 여기에 표시됩니다.
최근 게시물
보관
태그 검색
아직 태그가 없습니다.
공식 SNS 페이지
  • Facebook Basic Square
  • Twitter Basic Square
  • Google+ Basic Square
bottom of page